나는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남극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다만, 남극이란 곳을 어릴 적 가슴 한 켠에 동경하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며 내가 하던 분야의 일을 하며 정말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사이트에서 월동연구대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서 나와 관련된 직무의 분야가 있고 지원자격이 되기에 한 번 써볼까 라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첫 번쨰 지원.
서류에서 바로 떨어졌다.
스펙이 부족했나보다.
그러고 나온 다음 공고. 두 번째 지원.
그 사이 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번에는 서류에서 통과하고 필기 및 실기시험에서 떨어졌다.
실기는 잘했는데 필기가 아쉬웠다.
다음 공고. 세 번째 지원.
이번에는 필기를 공부했다.
결과는 최종 합격.
최종 합격을 하기까지는 전형이 꽤 많다.
1차 전형은 서류 심사. 선발인원의 10배수 이내 합격.
2차 전형은 필기 및 실기시험(직종별 실시). 선발인원의 5배수 이내 합격.
3차 전형은 면접 전형.
인적성 심리검사
신원조회 및 채용신체검사
최종합격자 발표 순이다.
여기서 3차 면접 전형에서 1배수를 합격시키고
해당 인원이 나머지 검사 및 조회를 통과하면 최종 합격된다고 보면 된다.
만약, 적격자가 없거나 검사 및 조회에서 떨어지는 분이 생기면 재공고를 낸다.
드물지만 2차 재공고도 나온다.
나는 2차 재공고를 통해 10월에 합격한 케이스다.
물론, 과거 차대를 보면 나보다 늦게 합격한 분도 있지만 이번 차대에서는 내가 제일 마지막이었다.
실제 첫 공고에서 월동연구대 합격을 한 분들은 6월에 합격 발표를 받았다.
2차 재공고로 합격하면 그 뒤 일정이 굉장히 빠듯하다.
최종 합격 후 1주일도 안돼서 월동연구대 발대식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일정은 다음과 같다.
~2019.08.29 서류 접수 기간
2019.09.09 서류 합격
2019.09.18 필기 및 실기시험
2019.09.23 면접
2019.09.30 채용 건강검진
2019.10.01 심리검사(사전에 자가 설문지 작성 후 제출)
2019.10.10 종합 건강검진 결과표 수령 및 최종 합격
이후
2019.10.16 발대식
2019.10.17~18 소양교육
2019.10.28~11.01 극지 적응훈련
2019.10.28~11.28 국내근로(국내 근로기간 중 직무별 일정에 따라 직무교육 진행)
2019.11.28 출남극(인천 → 프랑스 파리 → 칠레 산티아고 → 칠레 푼타아레나스 → 남극)
2019.12.02 입남극(남극세종과학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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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이유는 생각보다 정보가 부족한 편이기에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다.
전체적인 전형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남기는데 노하우라고 보기보단 경험담 정도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1. 서류 심사
서류에 대한 부분은 조언을 하기에 부끄러운데
본인이 얼마나 이 분야에 적합한 인재인지 글로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면접 시 서류를 토대로 질문을 하니 잘 숙지해서 대답해야 민망한 일이 없을 것 같다.
2. 필기 및 실기시험
직종별로 다르기에 각각 다르겠지만 연구직은 실기가 없고
시설관리 및 조리직은 실기를 본다.
기계설비(배관설비 및 보일러관리)의 경우는 폴리텍 인천캠퍼스에서 필기와 실기를 같이 치렀다.
우선 필기를 먼저 본 뒤에 실기를 봤다.
필기는 4지선다형, 필답형으로 나뉘어 있고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15~20문제 정도 되었다.
보일러 및 배관 관련 문제 위주로 출제되었으며 기본 실력이 없으면 풀긴 어렵다.
실기는 에너지 관리 기능사 실기시험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주어진 시간 동안 배관 제작(커팅, 나사선, 조립) 및 용접 작업을 하고 제출하여 수압테스트를 받으면 된다.
참고로 이때부터는 면접비 3만원을 준다. 지역에 따라 차등 지급은 아닌 것 같다.
3. 면접
송도에 있는 극지연구소에서 면접을 봤다.
처음 들어가면 문이 안 열리니 당황할 수 있는데 경비실에 들어가서 면접 때문에 왔다고 하면
신분증을 주고 카드키를 받을 수 있다.
당시 면접 대상자가 3명이었기에 1명씩 들어가서 면접을 볼 줄 알았는데 다 같이 들어갔다.
면접관도 많았으니(적어도 4~5명) 다대다(多대多) 면접이다.
이때, 면접관 중 한 분이 그 차대 월동대장이셨다.
면접 시 질문을 여러 개 했는데 기억나는 건 내가 했던 경력에 대해 묻는 부분과
용접을 잘하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등 20~30여분 정도 면접을 봤었다.
현장에서의 업무 수행능력을 보는 부분이 있었고 건강에 대해 확인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극지다 보니 제한된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기에 건강을 우선시하는 부분이 있다.
현장에서의 업무 수행능력은 기계설비에서도 2가지 분야로 나뉘기에
본인에게 맞는 분야로 지원하는 쪽이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나도 다른 면접자 분들에 비해 전체 경력은 적어도 적합한 분야의 경력이 있어서 합격했다고 생각했다.
연구직도 석사 재학 중인 월동대원 분들이 있는데 박사인 분들과 같이 면접을 봤는데 합격한 이유도
보다 적합한 분야의 논문이나 연구실적이 있어서 합격한 것 같다고 했다.
4. 채용 건강검진
가천길병원 VIP 건강검진센터에서 한다.
점심을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오전에 해서 오후까지 건강검진을 했던 것 같다.
운동부하검사라고 몸에 패드를 몇 개 붙이고 런닝하는 건데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라고 하니
각오하고 하시길.. 땀이 많이 나는 분은 갈아입을 옷을 챙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듯.
5. 심리검사
가천대 길병원 정신의학과에서 한다.
사전에 작성한 설문지를 바탕으로 상담도 하고 추가적인 상담도 한다.
개인적으로 TV에서 봤던 "00를 그려보세요", "이 그림은 뭐가 보이나요?" 를 직접 겪어보게 된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하니 지칠 수 있다. 2~3시간 정도.
지금 남극과학기지 월동연구대(세종과학기지 제34차 월동연구대, 장보고과학기지 제8차 월동연구대)를 모집하는데
조금이나마 지원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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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 전자통신대원으로 계신 분도 블로그를 시작했다.
월동대 지원하시는 분들은 모집 관련 내용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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